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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에 해당되는 글 2건
2008.08.25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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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잦아들 것만 같았던 촛불이 다시 타오르고 있다. 정부의 오버로 이제 다시 공은 시민들에게 넘어온 것이다. 가장 강렬했던 어제의 시위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다시금 들었던 생각은 이제 여기에서 좀 더 '인내력'을 가지고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명분'이다. 물론 이미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는 있지만 좀 더 큰 명분을 선점할 때에서야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강제진압에 따른 말도 안되는 폭력에 대한 분노와는 별개로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에서의 이야기이다.)


2. 나는 나를 포함한 현대 대한민국 사회의 대중을 그리 신뢰하진 않는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도 대한민국의 대중이 여전히 먹고사는 것에만 급급하고, 가족 중심적이라는 것에 기인한다. 물론 개별적인 비판이 아닌 '신자유주의의 심화'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오게 된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 더 큰 요소이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좀 더 잘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우리는 무자비한 '자본'의 침략을 너무나 쉽게 용인했다. 그래서 말로만 '존경하는 국민'을 외치는 진실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대통령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서야 대중은 그것을 시정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이 땅의 자본은 벌써 굳건하게 땅에 뿌리박고 있고, 20년 전에 이룩하였던 민주화란 이름으로 뿌렸던 '민주'란 씨앗은 이제서야 싹을 틔운 정도에 불과하다.      


3. 이런 의미에서 촛불은 이제 '자본'과 '민주'의 대립을 상징하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고, 쇠고기는 이미 부차적인 문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반드시 우리는 애써 울타리를 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울타리는 그저 2MB의 퇴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언제고 누가 와서 짓밟아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질경이'와 같은 사회가 되느냐, 아니면 언제고 결국 꺾이고 마는 온실속의 화초와 같은 사회가 될 것인지는 이제 촛불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 낙관하지도 비관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저 참여하고 지지할 것이다.


4. 많은 사람들이 더이상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을 품지만, 그러기는 힘들 것 같다. 왜 우리는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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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05:48

지난 주말 연이틀 시위에 참가하면서 그리고 집에서 혼자 있으면서 인터넷 기사들을 섭렵했던 탓이었을까. 거리에 나섰다는 가벼운 흥분과 연대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면서 찾아온 부작용이 바로 '과열'이었다. 그 덕분에 잠은 지나칠 정도로 설쳤고, 밥을 먹어도 맛있지 않았으며 초조했다. 그래서 밤에 소주를 한 병 넘게 비우고도 한참을 헤메다가 겨우 잠들 수 있었는데 다시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되었다.


이제 신문기사나 동영상 등을 보면서 감정적으로 격화되는 것을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실 현장에 나가게 되면 일정한 감정의 소용돌이 안으로 빠져들어 가지 않을 수 없는 듯 싶다. 이른바 군중심리와는 다른 어떤 말로 형용하기 힘든 상태에 있었지만 그것이 적절치 않은 일임을 알겠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이번 일이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수 만의 시민이 혹은 앞으로 어느 정도 더 불어난 숫자의 시위가 이루어진다 해도 (물론 말 그대로 수십만 명이 될 경우에는 그 변수가 매우 크다.) 곧바로 이번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명박 정권은 지금이라도 물러나야 하는 것임이 타당한 일이겠지만 이제 100일을 맞는 신생정권이 무작정 넘어가는 것을 대다수 국민들이 선뜻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살펴 본 결과 거리에서 이명박 퇴진을 외친다 할지언정 거리에 나오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은 쇠고기 전면재협상에 준하는 어떤 모션을 취하기만 한다면 얼마든 정권 지속을 용인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명박을 퇴진시킨다 하더라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딜레마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퇴진 이후 올 커다란 파장 역시 두려운 까닭이다.


386세대는 87년 6월항쟁 당시와 달리 광화문에 시위대가 진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두는 것 같지만 사실 2008년 대한민국의 상황은 6월항쟁이나 1960년 4.19혁명 때와는 다르다. 그 때는 일련의 모든 부패와 악들이 차근차근 축적되면서 급속도로 폭발했던 것이라 모든 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만한 수준의 운동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동의할 만한 수준으로 명분을 쌓지도 못했고 아울러 많은 문제에 다각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 이외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표면적으로 정책적인 실책 이외의 것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작 우려하는 바는 즉 현 정권의 독단적 국정운영에서   '민주주의의 단절' 혹은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코드가 읽히고 있다는 것이다. 피상적인 측면에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확대되었고 재생산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이고 양적인 차원의 문제이지 내용과 질적인 차원에서의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은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제대로 구현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쉬운 말로 치환하자면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마땅한 '상식의 수준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 사태의 가장 큰 동인이 되었던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수면 속으로 잠복해 있지만 고개를 내밀려 하는 한국사회의 제반 문제들이 바로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관철되고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울러 '민주주의 정신의 기본요건'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에서 모든 문제가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바로 이런 기본적 목마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수준의 조처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는 실현하는데 있어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에 가장 큰 맹점이 존재한다.


한편,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생활인'으로서의 국민들에게는 이것이 보통 절실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역시나 사람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나와 내 가족이 어떻게 잘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라는 민생의 문제인 것이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문제의 경우, 이런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라는 영역에 있어 간접적인 영향력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국민들의 전폭적인 반발을 불러 일으켰지만 앞으로는 마치 한 개인이 인생에서 복잡하고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일은 단번에 치유하려는 현명함을 보이려 하기보다는 우선 덮어두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먼저 끄려고 하는 성향처럼 그런 선상에서 문제를 덮고 넘어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크다.


따라서 이번 주 정부가 내놓으리라 예상되는 인적쇄신과 개편의 규모와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아마도 일회성에 불과한 조처와 더불어 정부의 정책보류 등의 꼼수에 의해 우리 국민들은 이를 용인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수는 아직 잔존해 있다. 앞으로의 촛불집회가 어떤 방식과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에 대한 공권력의 대응수위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에 미치는 파장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사실 많은 문제를 노정하면서도 이를 치유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전에 둔 일을 먼저 해결하고 넘어가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개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지향을 비추어 봤을 때 국가와 사회란 것도 그 양상과 변화가 크게 다르다 생각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국가와 사회라는 것도 따지고보면 '사람'이 모여 형성된 곳이라는 연유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반복적인 누더기 수선을 일삼으며 대한민국호의 재출항을 시킬 것인지, 좀 더 인내력을 가지고 부두에 정박을 계속하며 일신된 대한민국호로 변모시켜 힘차게 출항을 할 것인지는 이제 모든 한국사회의 일원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문제라는 것은 분명하다.


과열과 냉정사이에서 '나'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여하튼 예상치 못했던 과제까지 주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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