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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고독'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08.25 05:37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란 詩 마지막 문구는 다음과 같다.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이 구절을 두고 고등학교 국어(이 시를 배우는 것이 고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는 모르겠다. 나 때는 배우지 않았는데...)에서는 '마른 나무가지 위에'를 '절대고독'의 상징이라 하고 '까마귀'를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화자 자신을 일컫는 것이라 하며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어느 곳에 마음 한 켠 둘 곳없는 인간 본연의 절대고독을 말하고 있다 한다. 예전에 이 시를 두고 또 어떤 사람은 '절대고독'이란 짜장면 곱배기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런 경지의 것이라 유머로 표현하기도 했다.


여튼 블로그에 들어와 보니 어느덧 벌써 방문자가 15,000명을 넘었다. 원래 이벤트를 할까 했었는데 그만두었다. 지난 늦은 가을 이벤트를 했던 것이 10,000명이었는지, 11,111명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렇게 블로그 방문자가 넘어가면서 기나긴 겨울이 지나갔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확연한 꽃샘추위를 보여주고 있지 않지만 몇 일만 버티면 봄이 우리에게 활짝 큐사인을 날릴 것이다. 이렇듯 계절은 어김없이 변화하는데 늦은 가을부터 시작된 내 고독의 상념은 깊어진 상태에서 헤어나올 줄을 모르고 있다.


몇 개월을 두고 생각해봤는데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것들은 마음의 외로움도 또 몸의 외로움에 그치는 것만은 아닌 듯 싶다. 위에서 언급했던 절대고독의 수준을 넘본다고 감히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은 무엇으로도 쉽게 채워지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덕분에 일상은 더 무료해지고 황량해졌다. 물론 강의하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의 별이 가득차 있지만 강의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어느새 그 별은 사라지고 없다.


이제 삼십대 중반을 바라보며 그 어떤 인간 본연의 모습도 채 갖추지 못한 설익은 상황, 그리고 어느정도 예측가능하게 된 현재와 미래의 불확실성... 이는 사춘기 시절의 질풍노도와는 또 다른 단계이다. 그 시절은 예측가능하지 않은 불확실성이었기 때문에 불안함도 막연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불안함은 실제하고 구체적인 양상을 띤다. 그렇다고 낙담하거나 비관하는 상황도 아닌데 나는 무엇을 채우려 이 황량함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일까.  


배움에 대한 신뢰도 여전하고 직장생활을 마감한 뒤의 경제적 궁핍이 마냥 두려운 것도 아님에도 말이다. 난 내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과 연대하는 삶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선 필수적인 요소가 세 가지라 생각해왔다. 즉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필요한 지식', 그리고 '지식을 통해 얻게 되는 세상에 대한 인식', 마지막으로 '지식과 인식의 단계와 더불어 부단히 진행되어야 할 실천'이다. 지금 가만 생각해보니 나오는 해답은 이 마지막 실천에 너무나 소홀하단 것이다. 실천의 결핍은 내 삶에 책임을 지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으로 이어지면서 나를 더욱 더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이런 혼돈의 와중에도 봄날은 시작되고 있다. 혼자임을 알면서도 결국 내게 필요한 계기란 것도 사람으로 귀결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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