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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에빠진그녀의독백'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08.25 05:41

신현림의 詩 '슬럼프에 빠진 그녀의 독백'을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되었는데 마음을 친다.

청춘의 벌판을 지나고

그곳은 타버린 무명옷으로 굽이치지

애인도 나만의 방도 없었지만 시간은 많다고 느꼈지

여린 풀잎이 바위도 들어올릴 듯한 시절

열렬하고 어리석고 심각한 청춘시절은 이제 지워진다

언덕을 넘고, 밧줄 같은 길에 묶여 나는 끌려간다

광장의 빈 의자처럼 현기증을 일으키며 생각한다


지금 나는 무엇인가?

내가 원했던 삶은 이게 아닌데

사랑이 없으면 시간은 죽어버리는데

옷장을 열어 외출하려다 갈 곳이 없듯

전화할 사람도 없을 때의 가슴 그 썰렁한 헛간이란,

헛간 속을 들여다봐 시체가 따로 없다구


사람을 만나면 다칠까봐 달팽이가 되기도 하지

잡지나 영화도 지겹도록 보아 그게 그거 같고

내가 아는 건 고된 노동과 시든 꽃냄새 나는 권태,

 내일은 오늘과 다르리란 기대나

애정이나 행복에 대한 갈망만큼 지독한 속박은 없다


나라는 연장을 어떻게 닦아야 하나


'무한경쟁사회' 그리고 '승자독식의 시대'는 이렇듯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행복에 대한 갈망을 지속적으로 재창출함으로써 '우리'를 더 질곡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는 점에서는 무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이토록 괴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고 해서, 후세대들의 미래는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이기적인 세대인 줄 아직도 모른다. 적어도 술자리나 식사자리에서 안주꺼리로 삼는데 그치지는 말자. 기실 그런 풍경 중 대다수는 '우리'를 걱정한다기보다 '나'와 '우리 가족'만을 위한 대책반을 꾸리고 있다는 현실적 모습의 반영일 따름이지 않은가.


'사랑'이나 '연대'도 없으면서 무슨 행복 따위를 갈망할 것인가. 아니 어쩌면 행복의 껍데기를 더듬으면서 행복이 가까운 곳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훗. 이럴 땐 '개뿔'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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