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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08.25 04:58

다른 팀들이 대부분 춘계 체육대회 겸 워크샵을 떠나 때아닌 한가로움을 맛보고 있다. 기압이 올라간 탓인지 자꾸 산만해지는 듯한 기분이라 잡문을 통해 집중을 좀 해볼까 한다.


동국대 강유원 철학박사가 펴낸  『몸으로 하는 공부』, (서울: 여름언덕, 2005)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1.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아이건 어른이건, 글에 익숙해져 있기 않기 때문이다. 꾸욱 참고 앉아 진득하게 글을 읽는 일부터 해보자. 이런 점에서 글읽기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다. 몸이 무거워지고 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야 책이 손에 잡힌다. 책이 손에 잡혀야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모르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순간이 바로 지식에의 열정이 시작되는 때이다." (18쪽)


2. "몸으로 겪어봐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론적으로 정리할 줄 아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경험과 이론 둘 다가 겸비되지 않으면 그것은 제대로 된 지식이라 하기 어렵다." (21쪽)


3. "사람들은 어떤 방식을 통해서건 뭘 배우고 알게 되며 그렇게 알게 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진리는 아니다. 확실한 진리를 단박에 알아내는 방법이란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뭘 안다'고 스스로 자부할 때에는 항상 '이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의심을 스스로에게 제기해야 한다. 따라서 앎에 대한 참다운 자세를 가진 사람은 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그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안다는 것'의 가장 중요한 의미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요, 이런 사람을 우리는 주제파악이 잘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29쪽)


4. "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머리로 아는 것을 가리키는데 그것이 안다는 것의 전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사실 '할 줄 안다'는 것까지 포함한다. 머리로 익힌 것을 몸으로 해봐서 할 줄 아는 단계로까지 가야 어느 정도 앎의 완성에 접근해간 것이다. 이걸 흔히 '지행합일', 또는 '지행일치'라고 한다. (30쪽)



위의 글은 몸으로 하는 공부의 중요성, 그리고 그 진정한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진지하게 대하게 되는 '사랑'이란 감정도 익숙치 않은 감정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이고 많은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몸으로 하는 공부나 몸으로 하는 사랑이나 다를바 없다. 한편 '사랑'이란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그 감정의 폭과 깊이를 이성적으로 잘 정리해두어야 그 귀결에 관계없이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익함을 안겨준다. 그러므로 사랑에 대해 진정성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과정 속에서 부단히 튀어나오는 '욕심'과 '집착'을 스스로 잘 구분해야 하고 '믿음', '양보', '배려'등의 감정을 상황에 따라 제대로 취사선택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요컨대 자신의 한계와 노정된 문제점을 깨닫고 시정할 수 있는 태도를 견지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 대상 역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 때가 진정한 사랑의 열정이 꽃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매우 사변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와같이 사랑도 공부와 마찬가지로 '감정', '이성', '몸'이 상호 유기적인 형태로 융합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 사랑을 지극히 감정적인 것으로만 치부하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 이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사랑은 몸으로 한없이 부딪히고 깨져서 얻는 상처에서 소중한 무엇인가를 재발견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썩 위험하면서도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것이 인간이 사랑에 대한 도전을 결코 방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허나 공부와 사랑(여기에서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으로 한정하자.)  모두 세상과 관계를 맺어간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할 수 있겠지만 사랑은 어디까지나 어느 한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때문에 공부보다는 더욱 더 세심한 노력이 요구되며 상대방의 소극적 내지 적극적 동의없이는 사랑을 준다는 것도 지극히 어렵게 되어버리고 만다. 사랑이 세상 다른 일보다 더 어렵다는 푸념들이 일상에서 흔히 목격되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따라서 이 문턱을 뛰어넘지 못하게 되면 더이상 사랑은 초기단계에서 그 무엇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고 무사히 뛰어넘을 수 있다면 사랑을 할 수 있는 본격적인 무대가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된다. 그러나 정작 어려운 고비는 이 때부터이다. 상호 개방된 상태에서 한시라도 열린자세로 임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별로서 그 파국을 맞게된다. 오랜동안 내밀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꽃피우게 되는 결과물들이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금 '사랑'을 하기 위해 몸을 제대로 쓰고 있는가? 혹여나 제대로 쓰지 않으면서 상대방과 가치관 등의 여타 다른 부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받는 것이 어려운 것도 따지고보면 이렇듯 사랑을 하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이 상처뿐인 것으로 기억되는 것도 다 이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난 여전히 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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